[시티타임스=한국일반]

6일 오후 서울 소재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3.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6일 오후 서울 소재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3.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정부가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해 면허정지 절차에 돌입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전공의들은 복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제재가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면허정지가 된다고 하더라도 '잠시 쉬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데다 행정소송을 통해 시간을 끄는 것도 가능하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어떤 식으로든 타협이 이뤄질 것이고 의료 공백 때문에 7000명이 넘는 의사들의 자격을 박탈하기 힘들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8시 기준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의 90.1%인 8983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복지부가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불이행 확인 규모는 7034명으로 나타났다.

◇ '면허 정지' 기록 있어도 취업·진료에 지장 없어

우선 면허정지 처분은 정해진 3개월 기간이 지나면 소멸돼 면허가 자동으로 회복된다. 면허정지 전력이 있어도 의료기관에 취업하거나 진료하는 데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다.

신현호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몇 번을 면허정지를 받든 그 기록은 사실조회가 되지 않는다"며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만 제외하면 취업할 때 의료기관에서 전과기록 발급을 요구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진료받는 의사의 면허정지 여부 등을 조회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이중 제재' 논란이 제기될 수 있고 현행법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차라리 해외로 나가 의사 면허를 새로 취득하겠다'는 전공의들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면허정지 기록을 공개하는 등 해외 취업할 때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법 전문 A 변호사는 "면허정지 전력을 설사 알게 된다고 해도 집단행동에 가담해서 처분을 받은 것으로 취업 불이익을 줄 병원은 아무 데도 없을 것"이라며 "해외에서 새로 의사 면허를 취득할 경우 국내의 면허정지 사유가 해외 취업에 영향을 주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진료거부를 이어가고 있는 5일 오전 서울시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3.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진료거부를 이어가고 있는 5일 오전 서울시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3.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 행정소송 통해 시간 끌면 구제받을 수 있다?

다만 전공의들은 면허정지가 된 3개월 기간만큼 수련 기간을 채우지 못한다. 병원으로 돌아가더라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려면 사실상 1년을 더 수련해야 하는 셈이다.

A 변호사는 "이참에 아예 전공을 바꿔서 수련 기간을 리셋(reset·처음부터 시작)한다는 의사도 있다"며 "젊은 의사들은 1년 정도 시간을 날리는 것에 대해 별로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더라"고 전했다.

일부 강경파 전공의들은 의사의 길을 포기하거나 개원가로 나가겠다고 말하지만 의료계에서는 현실적으로 그런 선택을 내리는 경우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신 변호사는 "전문의 자격 없이 개원가로 취직하는 일은 잘 되지도 않고 월급도 매우 적다"며 "직접 개업하는 것도 건물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 의료장비 구입비용 등을 포함하면 수억 원이 들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즉 대다수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와 다시 수련 과정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면허정지 처분이 이뤄지면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송이 길어질 경우를 대비해 미리 효력정지 처분을 받아 면허를 유지하는 전략을 사용할 수도 있다.

정부는 또 집단행동 주동자에 대해서는 형사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업무개시명령 거부는 대부분 벌금형에 그칠 뿐이고, 업무방해 교사·방조 혐의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업무방해가 이뤄졌는지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사법 처리가 쉽지 않다.

문제는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경우 정부와 의료계 간 협상의 여지는 줄어들고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신 변호사는 "환자를 떠난 의사는 존재 의미가 없는 사람"이라면서도 "정부도 전공의가 다시 돌아올 명분도 주는 등 정치력을 발휘하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5일부터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들에 대해 면허정지 사전통지서를 발송하고 있다. 복지부는 사전통지서 송달 후 2주 내로 당사자 의견을 접수해 면허정지 처분을 결정할 계획이다.

법조계에서는 통상 당사자 의견 제시 기간을 한 달로 잡기 때문에 실제 면허정지는 5월에야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행정절차에 속도를 낼 경우 빠르면 이달 말에도 면허정지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한 6일 서울 시내 우체국에서 행정처분 사전통지서 너머로 집배원들이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2024.3.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정부가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한 6일 서울 시내 우체국에서 행정처분 사전통지서 너머로 집배원들이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2024.3.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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