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타임스=소방관 시인 김재천의 마음의 불 끄는 글] 역사의 아이러니 ‘새절’ 봉원사(奉元寺)김재천 극(極)과 극(極)이 여기저기 자리한 모습도저히 어울리지 않을 듯한한자서체 조형물 건축물 조선 개국과 망국 인사의 필체가 있는 명부전(冥府殿)조선 쇄국과 개화 인사의 대방(大房)과 합장 기념비한자 서체와 한글 최고봉의 대웅전 현판과 한글학회 표지석 육 백 년 이상의 긴 시간 속굵직한 흔적의 양면(兩面)을보듬고 아우르고 있는 ‘새절’ 봉원사 마치 불국사 가람배치와 국보 보물급 건축물들이비대칭과 부조화 속에 꽃피워낸 균형과 조합의 미를
[시티타임스=소방관 시인 김재천의 마음의 불 끄는 글] 다시 찾은 망우역사문화공원김재천 민족의 불우한 역사공간은 기적이 되고허름하고 가슴 아픈 묘지는 공원으로 탈바꿈한서울 동쪽 끝 고갯마루에 자리한망우역사문화공원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빛낸수많은 위인(偉人)의 넋을아침엔 떠오르는 햇살이저녁엔 해지는 노을빛이 기리는 그 곳 십 년 전 몇 번 들렀을 때주마간산(走馬看山) 식의 산책이었다면꽃샘추위속 다시 둘러본 발자취는묘비석 꽃 나무 하나하나에 눈길이 닿는다 사람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위인들은 모두 떠나고 넋만 남아있는공원 묘지들을 휘이
[시티타임스=소방관 시인 김재천의 마음의 불 끄는 글] 말(言) 곧 지갑김재천 말이 곧 지갑되어우리 몸 깊은 곳에 간직되고꼭 필요한 때만 꺼내어 열린다면 나의 또 다른 나나의 생각 의지 바람을 드러낼 때나를 대변해 주는 도구인 말(言) 때론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밖으로 꺼내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이르게까지도 하는 무서운 존재 입을 열기 보다는 지갑을 열어서말 없는 뒷모습을 남기는 것이더 아름답고 은은함을 알게 된 지금 흰 눈처럼 자연스럽게 왔다가보기 좋은 눈꽃 세상 이뤄놓고 사라지면그 여운 오래 남게 될 텐데 말(言)은 입이 아닌
[시티타임스=소방관 시인 김재천의 마음의 불 끄는 글] 유 려 (流 麗)김재천 총기어린 눈매옹골찼던 목소리에서스며 나오는 비범함은 여전했다 비슷한 연배임에도화장 속 본모습을 들여다보기엔시의 감춰진 행간(行間) 만큼이나사 반 세기라는 시간은 촘촘하면서도 서먹했다 세 시간 넘는 시간이삼 분처럼 느껴졌던 재회(再會)눈 내리던 그 날처럼 ‘유려(流麗)’라는 단어가매개체가 되고 추임새가 돼 주었다 복채(卜債)같은 술값도 대신 지불했던수수한 고학생(苦學生)에게서 건네받은 ‘유려’는지금의 내가 시를 쓰고 좋아할 것이라는예언 내지 부적이었을까 그
[시티타임스=소방관 시인 김재천의 마음의 불 끄는 글] 한강 그리고 한강다리김재천 동서로 흐르는 한강은 살아 꿈틀거리는 실(絲)남북으로 이어진 다리(橋)는 혈관을 찾는 바늘(針) 눈앞에 길게 펼쳐진 붉은 우레탄 길모세혈관 같은 그 길을 걸으며다리 밑을 가로지르는 한강 물줄기를 굽어본다 강 저편에선 다리 쪽으로 마치 수혈(受血)을 위해유람선 한 척 미끄러지듯이 다가선다함께 삶의 활력을 받고자 발걸음이 빨라진다 어느덧 도착한 다리 끝 지점강(江)이라는 생(生)의 이 편과 저 편왔던 길 돌아보니 활력의 충전에는시작도 끝도 없었다 오늘도한
[시티타임스=소방관 시인 김재천의 마음의 불 끄는 글] 졸업식 저 너머김재천 졸업가운을 벗자마자 학원으로 가는 모습 속에지난 시간 큰 아이를 괴롭힌 병마(病魔)는 사라지고정반대 방향의 발걸음 소리 힘차게 들려온다 둘째 아이 중학교 졸업식강당에서 파노라마식으로 보여주는 아이의 영상들십 삼 년 전 아이 모습으로 달려가게 한다 『새벽 2시, “아빠! 무~울”새벽 4시, “엄마! 기저귀”엄마가 하라면 “아니고!”아빠가 하지 말라면 “아니야!”언니가 가르쳐주면 “안 돼!” 언제나 정반대로 하는 아이다급하고 피곤할 땐 왠지 짜증이 나기도 하지
[시티타임스=소방관 시인 김재천의 마음의 불 끄는 글]보신각(普信閣) 종소리김재천 언제부턴가 듣기 힘든 것 중 한 가지오리지널 사운드 ‘종소리’ 종소리가 울리는 곳에는경건과 소망과 도전이 깃든다 각종 소리와 소음의 홍수에 파묻힌 지금은은하고 잔잔한 파동의 울림이더욱 그립고 사무친다 그래서인지범종(梵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마음속 고요와 그 울림이 메아리친다 새 해 시작을 알리는 보신각 타종(打鐘)온누리에 믿음을 전해주는 그 소리그 어떤 것보다 귀하고 값진 종소리. - 시 담 -갑진년 새 해가 시작되었다. 어떤 글로 새 해를 시작할지
[시티타임스=소방관 시인 김재천의 마음의 불 끄는 글] 오점(汚點)을 지우다김재천 얼굴 피부의 잡티는 나도 모르게 생겨났고인지한 것은 순간이었으며치료는 오래 걸렸다 대 여섯 개 많아야 열 개 정도 인 줄 알았다처음엔 열 세 개 나중엔 열 두 개생(生)의 지우고픈 흔적들은 곳곳에 숨어 있었다 무구(無垢)와 순백(純白)을 유지하는 것그런 상태로 완전복구 한다는 것사실상 불가하고 간단하지 않았다 마음과 정신의 오점을 제거하는 데는얼마나 오래 걸리고 어려울지자못 궁금해지는 세밑. - 시 담 -2023년 올 해 마지막 칼럼이다. 지난 202
[시티타임스=소방관 시인 김재천의 마음의 불 끄는 글] 아이의 귀김재천가을날 아침초등학교 일학년 막내 딸아이가 갑작스레“아빠!, ‘달라라’라야, ‘랄라라’라야?” 묻는다 지금은 덜하지만 가을이면즐겨 듣던 노래 중 하나인 노래건만단 한 번도 생각 못 했던 질문을 받고선여러 번 집중하여 들어봤다 정말 “사랑합니 달라라 랄라라 랄라라”※로 들린다정확하고 예리하게 짚어낸 아이의 귀!이전까지는 “랄라라 랄라라 랄라라”로만 알고 있었다 어른이랍시고 무심코 흘려보내는 것이 노래가사 뿐이랴땅의 소리 세상의 소리는큰 나무 보다는 작은 풀잎들이큰 동
[시티타임스=소방관 시인 김재천의 마음의 불 끄는 글] 사라진 20년 자취김재천남산 주변 사방팔방 돌아봐도 표지석(標識石) 하나 없는옛 TBS(교통방송) 터를 거닐 때마다떠오르는 생각 중 한 가지 역사(歷史)는사실을 왜곡해서도 안 되는 것이지만결코 취사선택(取捨選擇)의 대상도 아니라는 것을… 서울 시내 중심에 위치하여교통 흐름과 힐링 음악을 전해주던 이 자리덩달아 성우 배우 출신 아나운서들의감미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은 기억과 사진으로만 전해질 뿐지상엔 50년 전 안기부 자취가 뿜어지고지하엔 100년 전 역사 인물을 기념하고
[시티타임스=소방관 시인 김재천의 마음의 불 끄는 글] 폭염 그리고 폭우김재천 어제는 폭염 오늘은 폭우같은 날 여기는 폭우 저기는 폭염치우침의 연속임을 보여주는 이 여름 도로 위 아스팔트는 열기로 차바퀴 홈이 파이고도로가 물에 잠기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쉬는안타까움과 안도(安堵)의 긴 한숨이 밀어내는 상처들 자석(磁石)의 양 끝단처럼생(生)을 끌어당기는 괴력(怪力) 속에무기력해지기 쉬운 나날들 극(極)과 극(極)을 오가며 속절없이 당하는 만큼더 정제(整齊)되어 나타났으면 하는균형잡힌 날씨여! 일말(一抹)의 미안함 가지고 있다면폭우는
[시티타임스=소방관 시인 김재천의 마음의 불 끄는 글] 추억의 빵김재천 아내와 아이들이 대형마트에 간단다빵 좀 사다주라 해서 매장 내 제과점에들를 줄 알았더니 떡하니「보름달」 2개, 「크림빵」 2개, 「단팥빵」 2개를 내놓는다 한참을 웃고 또 웃어도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크로와상 바게뜨 와플 조각케익 등그런 고급지고 값비싼 것 대신에예스럽고 소박한 것을 좋아하는남편의 아빠의 취향을 알아준 것에... 이제는추억의 빵들조차천 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는 쉬이 살 수 없지만묶음으로는 그런대로 집어 올릴 수 있다 단편의 추억은 조각난 채 멀어지
[시티타임스=소방관 시인 김재천의 마음의 불 끄는 글] 어린이집김재천 101호를 누르던 순간아이들을 반기는 목소리귓가에 맴돈다 세 아이들 어린이집 한 아이 마치면둘째 아이 들어가고그 아이 끝나면막내 아이 다시 들어간 그 곳 지난 십 년 넘게나고 들고를 되풀이하는 동안어른들 걸음은 느려지고 무거워졌지만아이들 쑥쑥 자라고운 어른 심성(心性)으로 자라게 한 그 집 아이들 데리고 친가(親家)나 외가(外家)는 못가도학교와 그 옆을 오가면서서로 얘기하며 쳐다보는 낯익은 마음속 고향(故鄕) 서울 한복판에서 긴 시간동안인연을 맺어오고 있는 것단순
[시티타임스=소방관 시인 김재천의 마음의 불 끄는 글] 종합방재센터 생활의 그 날 들김재천 처음 전입온 그 날파커펜 잉크가 얼어붙을 만큼 춥고 낯설었다쉽지 않은 여정임을 얼비추고 있었다 지하 3층에서 단독 접수를 받던 그 날단 한 시간도 버거워지상으로 나가자마자 밤하늘을 올려다보며들숨과 날숨을 몰아쉬었다 남산 꽃들이 기지개를 켜던 그 날두 세 시간 간격으로 이어지는 긴장과 피로를희고 노란 보라빛에서 눈 녹듯 풀어냈다 비상(非常)의 코로나19 장마수해 그 날 후느슨해지고 무뎌지는 자세를 버리라는 뜻이었는지늦가을 이태원 참사는센터 생활
[시티타임스=소방관 시인 김재천의 마음의 불 끄는 글] 鋒(칼끝 봉)김재천석봉의 붓끝과 어머니의 칼끝은 같았다그 끝이 향하고 있는 대상과 쥐고있는 물체만 달랐을 뿐 칼 끝이 가래떡살을 가르며도마에 부딪히자마자 떨어지기를 되풀이하는 동안붓 끝은 어머니 칼질 도마소리에그 획과 길을 놓쳐버리고 숨고 싶었을 게다 오랜만에 아들을 만난 홀어머니의 심정을칼 끝 속에 감추었다지만소리만큼은 감출 수 없어어머니의 흐느낌을 대신 읊었을 도마 우리의 손 끝에서 나오는 글씨가단 한 글자라도 석봉의 어머니 마음을 담고 있다면우리의 입 끝에서 나오는 말이단
[시티타임스=이한주의 미국 동부에서 커피 한 잔]얼마 전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고등학생인 그의 아이에게 대학 진학에 관한 상담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미국으로 이민을 온 지, 10년 남짓 되어 가는 그는 이 곳에서 대학을 나오고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대학에서 직장 생활을 해 온 내가 아이의 학교 선생님들이나 친구들보다 더 도움이 될 조언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듯 보였다. 그런 마음도 잘 알고 고리타분한 대학 지원 정보들이나 들려주는 그런 상담을 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아이와 대화하기 전에 준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티타임스=소방관 시인 김재천의 마음의 불 끄는 글]형아(兄兒)김재천 5층에서 가죽 들것 손잡이를 잡고백 킬로그램 넘는 환자를 남자 둘 여자 한 명이단 한 차례 바닥에 내려놓음 없이한 계단 한 계단 내려온다 점심에 라면을 집어올리는데“팔이 안 올라가요!”라며 웃는다장정인 나도 뒷목이 뻐근한데유월이건만 유독 잠바 입은 모습이 의아했다 며칠 뒤“저 오늘이 마지막으로 같이 근무하는 날이에요!”라는 말과 함께축하와 아쉬움 속에 그 해 계절은 바뀌고 바뀌었다 남편에게서 들은 예정일보다일주일이나 늦게 나온 아기여서인지순산했다며 보내 온눈 도
[시티타임스=소방관 시인 김재천의 마음의 불 끄는 글] 冬行 그리고 同行김재천 동료와 함께 한 김치찌개는 매서운 바람을 섞어서인지매운 맛보다 단 맛이 났다 남산 자락의 식후 산책길새빨간 김치찌개의 여운을 더하고새하얀 눈길을 밟은 걸음자박자박 소리가 언어를 대신한다 정수리까지 시린 칼바람훈훈한 김치찌개 덕분에겉은 춥고 무뎠지만속은 따뜻하고 가뿐했다 때론 그럴싸한 말보다같은 곳을 향하는 발걸음이 더 진솔하고 힘받는 순간임을깨닫게 한다. - 시담 -2022년 임인년 한 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직장이 위치한 남산의 사계절 속에 근무하면서
[시티타임스=소방관 시인 김재천의 마음의 불 끄는 글]크리스마스 귤 김재천 귤은 산타클로스였다그 산타클로스는 썰매처럼 눈길을 끌고미소와 동심을 잡아 당겼다 삼 백 개의 산타클로스를 만든식당 일하시는 분들은선물받은 이들을기쁘고 뭉클하게 해 준크리스마스 천사일게다 작은 귤 한 개 속알알이 박혀 있는 알갱이에선물보따리로 송알송알 어우러져웃음 그리움을만질수록 볼수록 부풀어 오르게 한다 그저 그렇게 지낼 뻔한 크리스마스를감동은 큰 것에서 오지 않았던그 시절 그 때 크리스마스로 만들어 준귤은 분명 산타클로스였다. - 시 담 -‘love act
[시티타임스=소방관 시인 김재천의 마음의 불 끄는 글]晩秋와 初冬 김재천 그 사이놓여있는 칼국수 한 그릇그 옛날 우물물 기워올리듯두 젓가락으로 두 계절의여운을 담은 칼국수를 기워올린다만추와 초동의 시간만큼짧았던 지난날 삶의 궤적들차오름의 끝은 곧 비워짐임을 보여준 칼국수식당을 나서자찬바람이 기워낸 소리단칼처럼 허공을 가른다. -시담 -날짜상으로 약 보름 남짓한 시기인 만추와 초동 사이. 내게 온갖 상념과 생활의 변화를 예고해주는 시기다. 이런 때 마주하는 칼국수는 맛도 맛이려니와 멋과 사색의 오브제가 되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다. 더